kj산악회를 자주 이용하는 배연일입니다.

<월간 산> 12월호에 저의 산행기가 실렸기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마지막 두 장의 사진은 작년에 공룡능선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설악산 공룡능선’, 80세에도 도전하리라!>

 산행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면 구구한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산행지가 바로 '설악산 공룡능선 코스'가 

아닐까 한다. 나는 올해 공룡능선 코스를 세 번째로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나라에 과연 설악산 공룡능선만큼 아름다운 산행지가 또 있을까 하는···.

 하지만 올해 산행하던 날은 온종일 비가 내려 공룡능선의 그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었던 

게 너무나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리가 설악산 공룡능선을 산행한 날은 지난 10월 6일이었다. 산행 2, 3일 전까지만 해도 설악산의 

날씨가 다소 흐리긴 해도 비가 올 확률은 30% 정도여서 그다지 우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산행하기로 되어있는 하루 전부터 설악산에 비 소식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때부터 다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산행 전날 아침에 대구를 출발, 

설악산 척산온천 부근에 있는 리조트에 숙소를 잡았기에 설령 비가 오더라도 산행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그런 처지였다.

 산행 당일 우리 일행은 리조트에서 새벽 1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지어 먹고 점심 도시락을 싼 후, 

2시 40분경에 숙소를 빠져나왔다.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3시가 조금 덜 된 시간이었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5천 원 받던 주차료를 새벽에 산행하는 차량은 무려 두 배나 올린 1만 원을 

받는 게 아닌가. 이건 정말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을 개인이 운영한다고 해도 불과 

1년 사이에 주차료를 곱절로 올려 받다니 말이다.

 새벽 3시,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와있던 다른 산행객들과 함께 산행을 시작했다. 그래도 소공원을 

출발할 당시에는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마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비선대 부근을 지날 때부터 한두 

방울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의나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어서 이런 비라면 산행하는 데 

큰 지장은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야속(?)하게도 마등령에 가까워질 무렵부터는 비가 제법 내려 

우리의 마음도 무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운무(雲霧)로 인해 주변 경관마저도 잘 보이지 

않았다. 또한, 우의를 입고 걷는데도 약간의 추위마저 느낄 정도의 그런 날씨였다. 그러다 보니 잠시라도 

앉아 쉴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 되고 말았다. 걷지 않으면 추웠기 때문이다. 하긴 배낭 안에 넣어온 

간식마저도 꺼내먹기가 불편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린 그저 쉼 없이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중(雨中) 산행을 하던 우리는 공룡능선 어디쯤에선가 다른 산행객을 만나 잠시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세 명이 함께 왔는데, 두 명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성이었고 다른 한 명은 6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그 남성 중 한 명은 올해 무려 83세라는 게 아닌가. 나는 정말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83세의 나이에 이토록 험난한 설악산 공룡능선 코스를 산행하다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나로선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 70세도 안 된 내가 

‘내년에도 다시 공룡능선을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게 그 산행객을 보는 순간 그만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그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나 역시 앞으로도 계속 체력을 단련한다면 

80세에도 공룡능선 코스에 도전할 수 있을 거야.’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가 내려 미끄러워진 산행로를 종일 비를 맞으며 걷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안전사고에 대해 더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가 조심하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희운각 대피소 삼거리에 왔을 때쯤 비가 거의 멎었다. 우리는 거기서 

천불동계곡으로 하산을 시작했다.다하지만 천당폭포 앞에 왔을 때는 다시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천불동계곡은 지금까지 여러 번 갔지만, 이번처럼 수량(水量)이 많은 건 처음이었다. 그런 데다 

단풍까지 아름답게 물들어 감탄사가 쉼 없이 나왔다. 내리던 비가 멎으면서 주변이 밝아지자 

천불동계곡의 비경(祕境)이 눈에 들어와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잠시 쉬었다 가자는 일행의 제안으로 

우리는 양폭 대피소에 잠시 들렀다. 한데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이 비에 젖은 우리 일행을 어찌나 

친절하게 대해 주든지 모두가 하나같이 잔잔한 감동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공룡능선 산행은 비록 하루 내내 비를 맞으며 산행했지만 그래도 폭우가 내리지 않아 큰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 사고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룡능선에서 83세 산행객을 만났던 게 나로선 가장 신선한 

충격이자 도전이었다.

 여하튼 이번 산행에서 가장 큰 수확은 나 또한 80세에도 공룡능선에 도전하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의 산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월간 山> 2022년 12월호